페루에서 한 20대 남성이 이전까지 보고된 적 없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남성은 말라리아 및 뎅기열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 미지의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병원체를 발견한 의료진은 해당 바이러스가 페루 중부의 정글에 퍼져 있을 위험을 경고했다고 현지시간 5일 영국 데일리메일, 더선, IFS science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최근 <신종 전염병 저널(journal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남성은 건설노동자로 발열, 오한, 근육통, 관절통 등 전형적인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2019년 6월 페루 중부에 있는 데 라 메르세드 찬차마요 병원에 입원했다. 두통, 피로감, 빛에 대한 민감성,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동반됐다.
병원 의료진은 혈액 샘플을 채취했고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리마에 있는 미국 해군 의학 연구소에 보냈다.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칸디루 플레보바이러스(Candiru phlebovirus)가 검출됐다. 다만 바이러스의 일부가 칸디루 바이러스와 ‘돌연변이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를 보여 이 남성이 에차라테 바이러스(ECHV)의 변종으로 판단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에차라테 바이러스는 중앙 및 남아메리카, 특히 페루에서 발견되는 플레보바이러스 중 하나다. 주로 모기나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플레보바이러스는 70여종이 있으며, 이 중 9종만이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서 발열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되면 발열, 심한 두통, 근육통, 뇌가 부어오르는 뇌수막염을 유발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슴쥐가 옮기는 한타바이러스나 치명적인 크리미안-콩고 출혈열도 같은 바이러스 그룹에 속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일부 유형의 에카라테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비특이적인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뎅기열, 말라리아, 인플루엔자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 증상은 고열, 심한 두통, 근육통, 무균성 수막염에서 경증 또는 중증 뇌수막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신종 바이러스 연구를 이끈 길다 트론코스 박사는 “이 결과는 새로운 에카라테 바이러스 변종이 페루 중부 정글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공중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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