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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공시 내역 보니…삼성전자는 1분기에 집중 매도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주식을 1천억원 이상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총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연금이 이달 초 공시한 지분 대량 보유 내역에 따르면 이 기간 주식을 1천억원 이상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 ▲네이버 ▲엔씨소프트 ▲포스코 ▲현대모비스 ▲LG전자 ▲SK머티리얼즈 ▲아모레퍼시픽 등 8개였다.

이들 종목의 직전 보고서 기준일은 올해 3~5월 사이에 몰려 있고 최근 보고서 기준일은 지난 9월이었다. 지난 2분기와 3분기에 걸친 지분 변동 현황이 이달 초 공시된 것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와 네이버는 순매도액이 각각 7천233억원과 6천801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다음으로 엔씨소프트(2천905억원), 포스코(2천804억원), 현대모비스(2천620억원), LG전자(2천71억원)가 2천억원대 순매도액 집단을 형성했으며 SK머티리얼즈(1천351억원)과 아모레퍼시픽(1천126억원)은 1천억원대였다.

국민연금의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모두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4월 14만7천원 고점을 찍은 뒤 이날 현재 9만8천원까지 주가가 내려왔다. 주가 하락폭이 33%에 이른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하락폭이 더욱 극적이다. 지난 4월 고점 92만6천원에서 이달 중순 55만5천원까지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 하락폭이 40%에 달했다.

다른 순매도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 기간 고점 대비 아모레퍼시픽(43%), LG전자(28%), 포스코(24%), 현대모비스(16%) 등의 낙폭을 보였다. 그나마 네이버가 4월 초와 엇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7월 고점 대비로는 20% 하락한 상태지만 4월 초와 비교하면 약 30% 오른 상태다.

국민연금이 순매도 규모를 늘린 종목들은 전반적으로 업황이나 개별 실적 전망이 악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연말 성수기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키움증권의 박유악 연구원은 "D램과 낸드 반도체의 가격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폭이 컸던 엔씨소프트는 대표 게임인 '리니지' 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가 강력하게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올해 중반 발표한 게임들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이용자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는데 혁신이 없다면 이런 추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한화증권의 김소혜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과거 수십년간 신작에 대한 히트레이쇼(Hit Ratio·적중률)가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멀티플 프리미엄을 받아 왔다"며 "이번 흥행 부진으로 차기 신작 성과에 대한 우려감이 있어 목표배수도 25배에서 22배로 하향 적용한다"고 말했다.

DB금융투자의 황현준 연구원은 "신작 '블래인드&소울2'의 성과가 기대치를 하회해 과거 3개년 평균 대비 10% 할인한 주가수익비율(PER)로 낮추고 목표가도 88만원으로 하향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집계하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도액이 4조2천160억원에 달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에 대해 작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같이 순매도했다고 5월에 공시했고 이후로는 지분 변동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보유 지분이 1% 이상 변동하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데 5월 이후 공시한 바는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이 여전히 최대인 만큼 국민연금 또한 공시만 안 했을 뿐 하반기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