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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실력 경쟁…재계는 지금, "성과주의" 실험중
2022/01/16 07:03 뉴스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성과주의' 인사·조직체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직급의 장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확립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실적으로 평가해 승진하고 보상하는 성과 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젊은 직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사내 문화 개선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J(001040) ENM은 지난 13일 임직원 대상으로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 방안을 살펴보면 직급과 승진, 정형화된 팀 운영 중심 문화를 싹 다 뜯어고치는 수준에 가깝다.

직원 간 호칭은 기존과 동일하게 '님'이지만, 사내 인사체계에서 직급은 완전 폐지된다. 오로지 수행 직무와 역할로만 개인을 구분해 역량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특히 체류 연한, 연차에 대한 개념도 없애 역량만 갖췄다면 10년 이내에 스타 크리에이터나 임원 등으로도 성장 가능하다는 게 CJ ENM 측의 설명이다. 성과를 내는 만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역할과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22.01.16 imbong@newspim.com

이보다 앞서 삼성전자(005930)도 지난해 11월 ▲직급별 승진연한 폐지 ▲직급 표기 삭제 ▲전무·부사장 통합 ▲절대평가와 동료 평가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래지향 인사 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하고 승진 연한인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을 폐지했다. 직급과 연공서열을 따지던 기존 인사 제도를 벗어나 성과, 능력만 입증하면 40대, 심지어 30대에도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겠다는 취지다.

일찍이 LG(003550)그룹도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직급 체계를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기존 5단계에서 사원-선임-책임 3단계로 바꿨다. SK(034730)그룹 계열사은 팀장 아래 직원들을 각각 프로페셔널 매니저(PM), 테크니컬 리더(TL)로 , 팀장급은 프로페셔널 리더(PL)로 바꿨다. 현대차그룹도 SK와 비슷한 시기 직급 및 호칭 체계를 축소 통합하고, 승진 연차 폐지는 물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은 인사제도를 개편한 상태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직급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인사문화 개편에 적극 나선 데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제적 눈높이에 맞추는 한편 젊은 세대의 빠른 유입으로 인력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 아래서는 조직이 경직되고 실력있는 직원들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수평적 조직 문화가 이미 정착된 다른 글로벌 기업의 인재들을 수혈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 직급 폐지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주요 그룹 총수들이 비교적 젊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사고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조직 문화 쇄신에 나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두 50대 초반이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0대 중반이다.

다만 업계 내부에선 미국의 실리콘밸리식 조직 문화를 이식하기에는 한국의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가 예상보다 공고하다는 우려도 있다. 형식적으로는 수평적인 조직 형태를 띌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공서열에 익숙한 고위급 직원일수록 이 같은 변화에 반발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직급을 나타내지 않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윗사람을 부를 때는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으로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고연차 직원 또는 임원들은 피라미드식 의사결정과 승진 방식에 익숙하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고 믿는 경우가 많아 조직 내 세대 간에도 인식 차이가 크다"며 "다만 익숙하지 않을 뿐,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들도 직급 폐지와 성과 중심주의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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