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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시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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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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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66 2019/02/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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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시절의 이야기


   소등에 질매 얹어 나무발 실으러 마산에 다닌 일이 내 나이 16세부터다. 상급학교 진학 대신 강의록으로 독학하던 시절이다. 처음에는 보현산 줄기 태산에 나무발 실으러 가는 일이 겁이 났다. 당시는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흔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다. 혼자 큰 산에 가기가 겁이 나서 누구와 동행을 해야만 안심이다. 나는 뒷집 아저씨와 자주 다녔다. 여름에는 생풀을 베어다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한다. 생풀은 무거워서 많은 수량을 가져오기 힘이 든다. 그래서 뒷집 아저씨와 의논하여 산에서 말려서 가져오면 3배도 더 가져올 수가 있다. 아저씨도 그거 기발한 의견이라 하고 둘이서 산에 가서 쉴 자리를 만들고 쉬어가면서 많은 풀을 부지런히 베기에 바빴다. 풀은 베면서 그 자리에 널어 말리는 방법으로 산비탈을 온통 나무 풀로 베어 말렸다. 처음에는 풀을 베는 일에만 전념했다. 온종일 베기만 하면 여러 발의 나뭇단으로 묶을 수 있게 작업 실적이 늘어난다. 3일 째부터는 가벼워진 마른 풀 나무를 싣고 오게 되었다. 무거운 풀 나무와 가벼운 마른 나무는 엄청난 무게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산에서 태양이 종일 비친 곳이라 건조도 잘 된다. 말려서 가져오면 많은 양의 땔감 나무를 확보하게 되는 일이었다. 생풀을 베어 널어 말려 놓고 오후에 돌아올 때는 마른 나무를 실어오는 일이 꽤 능률적이었다. 하절기라 하루해가 길어서 일할 시간은 동절기에 비교하면 넉넉했다.


   지게꾼이 오지 않는 높은 산이라 풀 나무는 자욱했다. 지름터기 고개 아흔아홉 굽이를 돌아서 오르면 해발 700고지다. 지게 지고 50리 길인 여기까지 온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소바리 질매로 나무를 실어나르니 소등의 힘을 빌리는 엄청 쉬운 땔나무 하기다. 매일 같이 자주 다니니까 몰라도 처음 가면 3일은 드러누울 정도로 힘든 나무하는 길이다. 풀 나무를 베어 널어 3~4일간만 건조하면 가벼워져 싣고 가기 안성맞춤이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에 종일 햇볕을 받으면 쉽게 건조된다. 풋초는 퇴비로 만들어서 농토에 주어야지만 연료가 부족한 당시는 땔나무가 더 귀하게 여겨진 일이다. 태워서 남는 재를 퇴비 대신에 농토에 거름으로 주게 된다. 날씨가 무더워 땀이 비 오듯 해도 목의 갈증을 추길 수통도 없던 시절이다. 10여 리 길이나 되는 옹달샘에 다녀오기도 힘이 드는 일이다. 뒷집 아저씨는 경험도 많고 만주 땅 봉천까지 헤매다 오신 분이라 따라 배울 일도 많았다. 목이 마르면 갈증 해소를 위해 소나무 껍질인 송기나 물포구 같은 열매를 따서 먹기도 한다고 일러 주었다. 머루나 다래도 퍽 맛있는 과일로 갈증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 독사 등 위험성 동물이나 해충을 피하는 지혜도 배우며 나무꾼이 지켜야 할 준비도 세심히 일러 준다.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특이한 냄새다. 이 냄새가 무슨 냄새냐고 아저씨에게 물었다. 뒷집 아저씨는 금방 알아차리고 더덕 냄새라 한다.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보더니 여기 있었네 하고 넝쿨을 가리킨다. 더덕 넝쿨이 자기를 건드리면 냄새를 풍긴다고 한다. 식물이 자기를 지키려는 방법으로 초식동물에게 뜯어먹히지 않으려고 동물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일이다. 제법 뿌리가 굵겠다 하고 나에게 파보라 했다. 내가 작업하다 더덕 넝쿨을 건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식물 습성에 자기 움츠림으로 냄새를 풍긴 것이다. 풋나무 베기를 마치고 더덕을 힘들여 캐었더니 굵은 당근만큼이나 큰 더덕이었다. 주위를 살피며 찾아 캐었더니 여섯 포기가 수확되었다. 해마다 산불이 자주 지났던 곳이라서 흙 자체가 잿빛으로 검었다. 아저씨와 3개씩 나누어 가져보니 기분이 매우 통쾌했다. 더덕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새끼들이 주위에 자라난 더덕밭이었나보다. 가을이나 초봄에 캐면 제법 굵은 뿌리가 되었을 듯하다. 줄기 냄새와는 달리 더덕 뿌리를 가공하여 반찬을 만들면 독특한 향기가 입맛을 돋운다. 고추장에 저린 더덕 지는 최고의 기호성 고급 반찬이다.


   보현산에서 뻗어내린 마산과 기룡산 줄기에는 천혜의 계곡마다 맑은 청정 자연수가 흐르고 곳곳에 자연산 버섯이 풍성하다. 특히 송이버섯보다 더 높이 친다는 능이버섯은 이곳이 유명한 명산지이다. 산자수명한 곳에 미인이 난다는 옛말처럼 높고 맑은 자연환경은 많은 생산물의 보고이다. 나무하는 곳의 주변에도 숯가마가 보이는 것은 참나무가 울창해서 숯을 생산한 지역이라 생각된다. 마산 줄기에는 약초도 많다. 함박꽃이라 부르는 작약도 자생하고 도라지와 불로초라는 지치도 있고 산삼도 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불로초 지치는 붉은 뿌리가 돋보이며 씨앗이 산불에 한 번 튀겨야 두꺼운 껍질을 벗고 봄에 싹을 틔운다는 식물이다. 씨앗을 보면 단박에 신기한 모양을 느끼게 되는 불로초다. 여느 식물의 씨앗보다 보석빛으로 생긴 모양이 아름답다. 씨앗 껍질이 두터워 몇 년을 썩혀야 싹을 틔우는 습성이다. 그래서 산불로 인하여 억세 같은 풀이 타면서 불꽃에 튀겨서 흙살에 떨어지면 그해 싹을 틔운다는 설이 맞은 것 같다. 노루에게 뜯어먹히기 싫어서 건드리면 냄새를 풍기는 더덕과 산불의 열을 이용하여 자기 자손의 번영을 꾀하는 불로초의 근성은 적자생존의 방편인가 한다.


   산삼에 대한 들은 이야기 한번 해 본다. 머슴이 소발로 베어 싣고 온 풋나무에 산삼 이파리를 발견한 주인은 다음날 머슴을 데리고 마산에 갔다. 전날 풀을 벤 소 바탕과 주위를 삿삿히 조사했다. 풀을 벤 자리마다 찾아다니며 조사했으나 산삼을 찾지 못했다. 산삼 잎을 베었으니 보일 리가 없다. 그리고 산삼은 자기를 취할 주인을 알아봐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좋은 생각을 버리고 행동거지를 나쁜 쪽으로 쓰는 사람은 산삼을 캐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산삼 잎을 보고 욕심에 현혹한 주인은 머슴이 몰라본 산삼을 취하려 했으나 결국 허탕을 쳤다는 이야기다. 필자는 마산에 유명한 석심이(石나물 ) 나물 서식처를 알고 있다. 석심이 나물을 먹은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신고하니 너는 석심이를 먹어서 다시 가서 한평생 더 살아라 했다는 나물이다. 그만큼 맛이 유명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나물은 아주 작은 토란 잎 모양의 상치 맛이 나는 도톰한 두께의 나물이다. 모양은 바위취와 비슷한 잎 모양이다. 바위틈 음지에 자생하며 연한 맛이 된장에 찍어 먹으면 비교 대상 나물이 없을 정도로 멋진 향기가 도사린다. 생으로 씻지 않고 그대로 먹으면 된다. 석심이 나물은 자람에 까다로운 식물로 아무 데나 자생하지 않는다. 태양이 약하게 비치고 늘 습기가 감도는 바위에만 서식한다. 환경적응에 매우 까다로운 식물이다. 대나무 도시락에 담긴 된장.고추장 함께 찍어 먹어본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저만치 내려와 보이는 보현산 줄기의 정취가 생생하다.
( 글 : 박용 2019.0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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