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 사이에서는 악재는 이미 코스피에 반영된 만큼 다음달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여부가 확인되는 3월까지는 지수가 부진할 거란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24일 코스피 종가는 1940.56으로 올해 들어 3.5% 하락했다.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1월 코스피 평균 수익률이 -0.2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상당히 크다. 또 설 연휴를 앞두고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는 '설 랠리'도 올해 들어선 자취를 감췄다. 실제 최근 5년간 설 연휴 전까지 5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평균 0.4% 상승했는데, 올해 들어선 지난 23~24일 이틀간 1.52% 하락했다. 아직 3거래일이 더 남았지만 설날 효과를 기대하긴 힘든 분위기다.
이처럼 코스피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공기는 언제쯤 걷힐까. 일각에선 상장사 실적 악화,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엔화 약세 등 "나올 악재는 다 나왔다"며 지수 반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장주들의 실적 악화가 일단 눈으로 확인됐고, 중국의 경기지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등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해외 변수가 확인된 만큼 그동안 코스피를 짓누르던 하방 압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으로 내려간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악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PBR가 1배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코스피는 설 이후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실적 발표 전 수준을 회복했고, 중국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주가가 비싸지 않다는 확신과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상당한 만큼 코스피에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올해 들어 실적, 경기, 환율 등 악재가 중첩돼 코스피가 PBR 1배 수준까지 과도하게 조정됐다는 점에서 2월 중 코스피의 상승 전환이 가능하다"며 "일본 주식을 10주 연속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11주 만에 순매도를 보인 점도 한국 증시 반등의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로 촉발된 '어닝쇼크'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는 5년에 한 번 주기로 찾아오는 빅배스(Big Bath)의 해로 그동안 누적됐던 잠재부실 규모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며 "따라서 올해 1분기에는 조정을 받겠지만 이후 상승세를 타 3분기에 연간 고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우려에 대한 부담이 1분기 내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상장사 이익전망치의 하향 조정 폭은 러시아 다음으로 큰 상황"이라며 "1분기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3월까지는 대형주들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만과 일본의 이익전망치가 상향 추세인 점도 한국 증시에는 부담"이라면서 "결국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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