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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치보다 싼 `흙속의 진주`

2011/04/27 17:29:07 매일경제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 중이지만 일부 우량 종목의 시가총액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 화학, 정유 등 일부 종목의 쏠림 현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매일경제신문이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천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에서 PBR(주가순자산비율)가 1배를 밑도는 종목이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기준 자산은 2011년 말 예상치, 시가총액은 지난 26일 종가로 잡았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자산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수치가 1배 미만이면 현재 기업의 자산만 팔아도 증시에서 평가받는 금액 이상의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증시에서는 PBR 1배 미만을 저평가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PBR 1배에 못 미치는 기업 중 8개를 제외하면 올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등 영업활동 지표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청산가치도 안 되는 시총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해당 기업이 소속된 업황의 부진이다. 건설의 현대산업(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개발과 계룡건설(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지만 주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산재한 업황에 눌렸다.

STX팬오션(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은 주력 매출원인 벌크 부문의 더딘 업황 회복으로 투자자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철광석과 석탄 등 주로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 사업에서 STX팬오션은 매출의 87.2%를 거뒀다. 벌크선 시황 지표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지난 2월에 이어 1000선 붕괴 가능성까지 돌고 있다. 26일 현재 BDI는 1250이다.

정부의 물가 정책도 주가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 철강, 음식료, 유틸리티는 정부 물가정책이 판가에 영향을 미쳐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차, 정유, 화학 등 올라 가는 종목만 손대는 유동성이 이런 주가 양극화의 정점을 찍었다.

대세에서 비켜난 업종 소속의 종목은 실적이 좋아도 주목받기 어렵다. 철강은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한국철강(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 순이익 95.6% 증가(대한제강(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 가능성에도 대장주인 포스코의 부진에 주가가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팀장은 "이들 종목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르면서 이 종목들을 담을 수는 없다"고 털어 놓았다.

사정은 대형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운용사들은 작년 화학주의 쇼크를 겪은 뒤라 대세 추종의 원칙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화학주 쇼크는 지난해 일부 운용사가 화학주를 포트폴리오에서 뺀 후 화학주가 가파르게 올라 수익률 경쟁에서 타 운용사에 비해 크게 밀린 사건을 말한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급등한 종목을 매도하지도, 추가 매수도 않는 관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쾌속질주하는 조선주의 한진중공업(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과 현대미포조선(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이 PBR 1배 미만의 대열에 편입된 게 이채롭다. 원인은 자산 구성의 특이성이다. 현대미포조선은 보유한 현대중공업(차트, 입체분석, 관심등록) 지분 8% 가치가 자산을 비대하게 했다.

이 회사의 2011년 말 예상 순자산 규모는 약 4조3000억원인데, 이 중 현대중공업 지분 8%의 가치는 3조1000원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실시한 자산재평가로 자산이 크게 늘어나 PBR의 분모가 커졌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주는 PBR 등 투자 지표보다는 역사적으로 업황에 좌우됐다"며 "수주잔고 증가 여부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수의 대형주가 순자산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은 순환매 국면 돌입 시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살 수 있는 우량 '저평가' 주(株)가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