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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하루 껐더니 온종일 욕바가지…"어딨냐?" 난리난 페북·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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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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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88 2016/01/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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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11시. 하루종일 옆에 끼고 살던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돌려둔 뒤 가방 깊숙이 박아두는 것으로 '스마트폰 없이 살기' 체험은 시작됐다. 잠들기전 스마트폰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푹'으로 주문형비디오( VOD)를 시청하곤 하지만 이날만큼은 오랜만에 TV를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이내 벌떡 일어났다. '내일 제때 일어나려면 알람시계가 필요하구나.'

서랍장을 한참 뒤져 언제 넣어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알람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건전지도 없어 급한대로 벽에 걸린 시계에서 빼다 끼웠다. 스마트폰 없이는 제 시간에 일어나기도 힘들다는 걸 깨달으면서 불안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하필 약속이 3개나 몰려있는 날이 아닌가. 다음날 오후 3시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결혼식이 있었고, 저녁 6시와 8시에는 동창생들 송년 모임이 연달아 잡혀 있었다. 취재할 때 쓰는 수첩을 꺼내 나도 모르게 비상연락망을 적어내려 갔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가신 건 아니었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날밤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작성해 둔 모임별 비상연락처. ? News1
익숙치 않은 알람소리에 일어나긴 했지만 여간 허전한 게 아니었다. 외출준비를 하는 동안엔 항상 앱으로 라디오를 들었지만 이날만큼은 온집안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동그란 버튼을 좌우로 돌려가며 주파수를 맞추던 오디오를 떠올려 보기도 했지만 그런 게 여태 집에 남아있을 리 없다.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전날 꼼꼼히 외워둔 결혼식장의 위치를 곱씹으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곧 편의점으로 향했다. 현금이 없었을 뿐더러 스마트폰으로 교통비를 결제했으니 교통카드가 있을 리 만무했다.

초반부터 험난한 하루를 예상하며 2500원짜리 교통카드에 5000원을 두둑이(?) 충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통비로 7500원을 한꺼번에 써버릴 줄 예상도 못하고. 평소 같으면 지도 앱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예상하고 나왔겠지만, 이날은 무작정 버스를 기다리게 되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다. 지하철로 환승한 뒤 강남역에 다다를 무렵 손목시계는 벌써 오후 2시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걸어서 10분안에 도착하긴 힘들었다.

외워둔 출구로 나가 걷던 길 위에서 공중전화를 애타게 찾았으나 어림없는 희망이었다. 마침 기자가 가입된 통신사에 요금을 추가 납부할 것이 있어 급한대로 대리점에 들어갔다. 용무를 끝낸 뒤 직원에게 혹시 유선전화가 있냐고 물었지만 요즘 매장에 그런 거 두는 곳 별로 없단다. 염치불구하고 대리점 직원의 휴대폰을 빌려 식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많이 늦을 거 같으면 축의금 먼저 보내"라는 지인의 말에 어이없는 한숨만 섞여 나왔다. 은행 앱이면 10초도 안걸릴텐데 거래 은행을 찾자니 길 찾기가 막막했고 근처 편의점 현금입출금기( ATM)를 급하게 이용하느라 수수료 1300원까지 덤으로 지불하고 말았다.

식장에 도착해 식후 신부와 간단히 인사한 뒤 1차 송년회 자리를 위해 다시 다다른 지하철 역에서 이날 중 가장 큰 고비를 맞았다. 거울을 찾느라 잠시 가방에서 꺼내뒀던 스마트폰을 식장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공중전화를 찾는다 해도 비행기모드로 잠자고 있는 스마트폰에 신호가 갈 리 없었다. 결국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고 식장측에서 다행히 보관해준 덕에 폰은 되찾았지만, 대중교통으로 송년회 자리까지 이동하는 건 포기해야 했다. 결국 강남 한복판에서 택시에 올라탔다. 속절없이 올라가는 미터기에 또 예기치 못한 지출 1만8000원이 빠져나갔다.

송년회 장소는 익숙한 술집이었기 때문에 걸음을 재촉했지만 다리 힘이 탁 풀리고 말았다. 분명 이 위치가 맞는데 그 술집이 없다. 이젠 정말 공중전화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있음직한 곳을 찾아갔지만 헛수고였다. 급한대로 근처 편의점에 찾아갔다. '제발 그때 그 시절 이모님이 아직 운영하시길' 기도하면서. 바랐던 이모님을 보자마자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은 뒤 사정을 설명해 스마트폰을 빌렸다. "술집 옆골목으로 옮겼다고 페이스북에 공지했잖아!"라는 동기의 말에 억울함까지 북받쳤다.


10년 전만해도 지하철 개찰구 옆은 공중전화들이 줄지어 설치돼 있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 News1
늦게 왔다는 핀잔에 하루종일 뛰어다닌 고단함까지 겹쳐 옴짝달싹도 하기 싫었지만 다음 송년회를 이유로 겨우 빠져나왔다. 동네에서 열리는 모임이라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앉아가서 다행이라며 안도한지 얼마되지 않아 심각한 무료함에 사로잡혔다. 족히 20개가 넘는 역을 지나야 하는데 어느 곳을 쳐다봐도 스마트폰을 보고있는 승객들뿐이었다. 습관처럼 꺼내본 스마트폰은 여전히 비행기모드였고 가방 안에 책 한권 들고 다니지 않는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길거리에서 허비한 시간 때문인지 목적지 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약속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다. 늦어서 미안하다, 빨리 가겠다고 연락 먼저 하고 싶었지만 학창시절 줄기차게 지나치던 개찰구 옆 공중전화들은 디지털사이니지 광고 스크린과 도너츠가게가 대신하고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두번째 송년회에서도 역시나 욕이 한바가지 쏟아졌다. "어디에 있었느냐", "전화는 왜 안받냐", "미리 연락해주지 그랬냐"는 잔소리에 대답할 힘도 없었다.

한 친구는 하도 연락이 안돼 걱정 많이 했다면서 본인 스마트폰을 기자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 친구, 페이스북에 기자를 찾는 포스팅을 올려뒀다. 카카오톡 좀 확인하라는 댓글을 남겨둔 페북 친구도 눈에 띄었다. 휴대폰이 불통인 친구를 찾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부터 떠올리는 게 현실인가보다.

결국 예기치 않게 3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하고 친구도 잃을뻔한 하루였다. 단 한가지 장점을 꼽자면 이날만큼은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았다. 스마트폰 없이 사는 삶은 단절해도 괜찮은 게 많을수록 살만하다. 다음날 비행기모드를 해제한 기자의 스마트폰은 쌓여있는 부재중 통화와 한꺼번에 밀려들어온 살벌한(?) 카카오톡 메시지들로 한동안 진동이 멈추질 않았다.


페이스북에 업로드 된 기자 지인들의 글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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