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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와 같은 수준의 조류독감 감시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조류독감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 이어 안후이(安徽)·후난(湖南) 등지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26일 남·황·등(오렌지)·홍색으로 구분되는 조류독감 4단계 긴급경보 발동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들 도시에 반입되는 모든 가금류에 대해 감시가 이뤄지고, 베이징 샤오탕산(小湯山)병원 등 인체감염에 대비한 전문 병원도 지정됐다. 위생부는 그러나 아직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후난성 샹탄(湘潭)현에서는 12세 여자 어린이가 1주일 전 병들어 죽은 닭을 먹은 뒤 고열증세를 보이다가 숨졌다. 이 마을에서는 최근 545마리의 닭과 오리가 H5N1형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살처분됐다. 이 어린이의 오빠도 같은 고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조류독감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 설립을 논의키로 했다. 짐 애덤스 세계은행( IBRD) 부총재는 이날 “내달 7∼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회의를 열어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바이러스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각국의 조류독감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할 국제기금은 우선 3억∼5억달러의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IBRD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체 재정 시스템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애덤스 부총재는 조류독감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나라들에는 대출이 아닌 경제지원 형태로 원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자크 디우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은 25일 세계 유행성 독감 대책 회의에서 “선진국들이 조류독감 예방 사업을 위해 내놓겠다고 약속한 금액이 3000만달러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영국은 런던 타워의 상징물인 갈가마귀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에서는 예로부터 갈가마귀가 런던타워를 떠나는 날 대영제국이 무너진다는 속설이 내려온다. 런던타워 관리당국은 조류독감이 확산할 경우 이들을 특별 주문한 새장에 넣어 20개 탑 중 한 곳으로 격리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