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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와 버핏의 '증시 낙관론'…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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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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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3 2013/08/1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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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닥터 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분류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에 커다란 '획'을 긋는 중요한 예측에는 어김없이 비관론, 그것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극단적인 비관론을 펼쳤다.

6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가 발생할 당시 미국 경제는 10년동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장기 불황론'을 주장했다. 2년 전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직후 미국 경기가 다시 둔화조짐을 보이자 '더블 딥(이중 침체)'보다 더 어려운 '트리플 딥(삼중 침체)'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어둡게 봤다.

작년에는 재정위기에 시달렸던 유럽과 관련된 비관론을 많이 내놓았다. 그리스가 유로 존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그렉시트, 유로화 가치가 출범 초 등가수준(1유로=1달러)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표적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유럽과 관련한 이런 비관론은 들어맞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솝 우화의 '늑대와 소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루비니 교수의 비관론은 올해도 계속됐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중국 경제가 올해는 '퍼펙트 스톰(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최근 세계경제의 최대 현안인 아베노믹스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예측이 맞을 지는 하반기 들어서면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과, 다른 하나는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resort to risk)이다.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루비니 교수처럼 앞날을 어둡게 본다면 미국 채권, 금, 달러화 등과 안전자산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비관론 일색이었던 루비니 교수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귀를 의심케 했던 예상을 내놓았다. 이달 초 열렸던 미국판 다보스 포럼이라고 일컫는 밀켄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2년 동안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주식을 가능한 많이 사둘 것"을 권했다. 그 후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등의 증시 낙관론이 줄을 잇고 있다.

‘루비니 패러독스’라 불리울 만큼 뜻밖의 예상이라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루비니 교수가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데에는 '경제 정상화 역설'을 들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바라는 '임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년 과장이 더 좋다는 것에 비유되는 이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제2차 오일 쇼크 이후 미국 경제는 실물경기 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침체된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쓰면 물가가 더 오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면 실물경기는 더 침체되는 맞게 된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그 해결책으로 나온 이론이 '공급중시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다. 이전까지 총수요 조절을 통해 경기문제를 해결하는 케인즈 처방에서 벗어나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을 통해 총공급 능력을 늘려 침체된 경기도 살리고 물가도 안정시켰다.

'경제 정상화 역설'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물가는 월마트 효과와 세일가스 개발 등으로 안정돼 있지만 주가 등 자산가격은 많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고 못하고 잇다. 이 때문에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가격을 잡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면 실물경기가 침체되고, 실물경기를 부양하면 자산가격이 더 올라 거품 우려가 현실화된다.

S&P500지수가 1600선을 돌파하면서 밴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 등이 주가가 펀더멘털 이상으로 오르더라도 '부의 효과'에 의해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나 기업실적이 개선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버냉키 Fed 의장도 주식 등 위험자산의 과열현상을 경고해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의 정책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배경이다.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되면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이 지금처럼 삶의 주기가 길어진 시대에 있어서는 만년 과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워런 버핏이 재테크 수단별 향후 전망과 투자의견을 제시해 뒤늦게 월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소프트 패치(soft patch·회복기에 경기가 어려움에 빠지는 현상)’ 논쟁이 일고 있는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고용문제 해결에 미흡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마디로 완만한 ‘U자형’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주식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주가 수준에 대해 월가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비이성적 논쟁’에 대해 높긴 하지만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이성적 과열’이란 1996년 들어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때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였던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버핏의 이런 시각은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종전에는 거품이 발생하면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을 단행했다. 하지만 주가가 높되 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라면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경기가 시차를 갖고 뒤따라올 것이라는 의미다. 밴 버냉키 현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도 같은 생각이다.


미국 국채투자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끔찍(terrible)'하게 될 수 있다는 견해다. 금융위기 이후 풀린 돈이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경향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채에 몰리면서 거품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에 발생했던 국채덤핑현상까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년 8월 워런 버핏과 주식숭배(cult of equity) 종료 논쟁을 벌였던 빌 그로스도 이 점을 인정했다. 당시 논쟁을 요약하면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미국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 후 잊혀져가던 이 논쟁이 최근 다시 월가에서 화제가 되는 것은 빌 그로스가 ‘미국 국채 강세장은 올 4월말로 끝났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bp(1bp=0.01%) 정도 상승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지수는 무려 2500 포인트 급등했다.

주식과 함께 미국 주택시장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경기부양 수단이 제한된 정책여건에서는 주택시장이 살아나야 경기가 추가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집권 2기 경제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미국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주택시장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국채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금 투자다. 현재 1400달러대인 금값이 800달러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 버핏의 입장이다. 어느 재테크 변수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3주전 금값이 폭락한 예를 들고 있다. 추세적으로 보더라도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가격상승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모든 위험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경기부양 과정에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서도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 경기가 잠재수준만큼 회복되지 못하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는 위험수위로 떨어질 소지가 높다.

유럽위기도 재정통합은 그대로 남아있다. 실물경기는 경제 핵심국까지 침체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따로 놀면 어느 순간에 상황이 돌변될 수 있는 대표적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외연적(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에서 ‘내연적(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 단계로 성장경로를 이동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는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다.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환율전쟁도 급격한 엔저로 전입가경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불만을 표시한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앞으로는 이 정책을 추진해 왔던 당사국끼리 서로 ‘내 탓 네 탓’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심국 간의 갈등이 심화된다면 세계경제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루비니 교수가 주장하는 증시 낙관론은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추가 부양책과 출구전략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질적으로는 더 악화돼 지속 성장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낙관론으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비관론인 셈이다.

버핏의 시각대로 주식과 주택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는 위험요인들의 ‘숙취(hangover) 현상’이 나타나면 '하이먼-민스키 모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할 수 있는 것이 최근 재테크 여건이다. 버핏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지 않은 상황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할 때다.

미국의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비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낙관론이 문제가 된다”며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 비관론에 위축됐던 사람들이 쉽게 낙관론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미첼의 경고(Mitchell's warning)’를 곱새겨 봐야 할 때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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