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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201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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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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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98 2014/12/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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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패본 것 아니오?” 허생이 웃으며, “여기저기 찔러주며 회사를 키우는 건 당신들 말이오. 1조 원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10조짜리 자기앞수표를 내놓았다. “내가 하루아침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융복합 소양 쌓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조를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이 씨의 아들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했지만, 허생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 씨의 아들은 그럼 에버랜드 전환사채라도 받아달라고 하자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삼엽충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이 씨는 가만히 그를 따라 1호선을 탔다. 허생이 노량진에서 내려 조그만 원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고시생이 길가에서 컵밥을 먹는 것을 보고 이 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원룸이 누구의 집이오?” “노량진 허생네 집이지요. 고시도 안 보는데 고시촌에서 공부만 하고 있어서 허구한 날 생쇼한다고 허생이라고 부릅지요. 저 형 이 동네에서 유명해요.” 이 씨는 비로소 그가 고시 낭인임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이 씨는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을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100조 원을 버리고 10조 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고구려 월식이나 끊어주고 방세나 내주도록 하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돈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고시식당 고구려. 월식 두 끼: 185,000원, 월식 세 끼: 210,000원) 이 씨는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씨는 그때부터 허생이 월세가 밀릴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전세라도 얻어주려고 하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날더러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라는 것이오?” 하였고, 혹 양주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폭탄을 말아주며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이 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100조 원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한국의 주식시장이 금감원의 감시가 허술하고 외국인이 휘두르면 개인과 기관이 끌려다니는 터라 시장이 불안하지요. 무릇, 천억은 적은 돈이라 한가지 테마를 띄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억이 열이라, 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펀드매니저들이나 하는 짓 아니오? 대개 1조를 가지면 족히 한가지 테마에 불을 지를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면 바이오 전부, IT면 IT 전부, 태양광이면 태양광 전부를 마치 엄청 뜨고 있는 업종인 것처럼 할 수 있지요. 다른 주식은 제자리인데 한가지 테마만 10연상을 치고 있다면 개미들이 눈이 뒤집혀 달려들 것인데, 이는 개인투자자를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세력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개미들은 반드시 한강에서 정모하게 될 것이오.” “처음에 아버지가 선뜻 1조 원을 뀌어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 아버지만이 내게 꼭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1조 원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100조는 벌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로또 1등도 토요일이 되어야 아는 것을, 낸들 그걸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1조 원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돈복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이 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삼성맨들이 애플과 샤오미를 누르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고자 하니 선생과 같은 인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선생의 그 재주로 왜 노량진 원룸에만 있으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건 몸이 축나는 법이오. 돈을 많이 받아도 주는 만큼 부려 먹는다는 소릴 듣고, 또 당신이 부회장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연줄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드니 돈도 빽도 없는 나는 금방 밀려나기 마련이지. 또 죽을 만큼 일해서 계열사 사장을 달아도 기업논리로 또 한화의 가족이 되어버리니, 나는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삼성동 한전부지를 10개를 살 만하였으되, 벤처에 투자하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이 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이 씨는 본래 경제부총리 최경환과 잘 아는 사이였다. 최경환이 총리가 되어서 이 씨에게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이 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최경환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최경환은 정치부 기자들도 다 물리치고 이 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이 씨는 최 총리가 문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최 총리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할리치노 그란데 사이즈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이켜는 것이었다. 이 씨는 총리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최 총리가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최 총리는 몸 둘 곳을 모르며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초이노믹스 담당 경제부총리요.”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와룡 선생(臥龍先生)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효자동 만력제 VIP에게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최 총리는 고개를 숙이고 VIP 성질머리와 투자는 하라고 해도 안 하는 전경련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최 총리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주부들이 일하던 옛 가락이 있으나 기업들 등쌀에 못 이겨 취집을 한 뒤 대출이자 갚을 길이 없어 3D 업종에서 정처 없이 밥이나 짓고 있고 주휴일과 수당도 제대로 못 받아 먹고살기 힘들어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하고 있으니, 너는 정부에 청하여 주 40시간 근무와 6개월 출산휴가 미보장 및 퇴직 압력을 줄 경우, 기업이 휘청거릴 만한 벌금을 때려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소득세와 자산세, 법인세를 정비하여 무상급식 따위로 윤서인이 사람들 괴롭히는 만화를 그리지 않도록 재원을 확보하고, 수도권 광역교통망을 정비하고 미분양 아파트를 인수하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여 부동산 담보대출 압박을 낮출 수 있겠느냐?” 최 총리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창조경제와 혁신을 외치려면 먼저 독점과 진입 장벽에 의지하는 대기업부터 박살 내지 않으면 안 되고 실질임금 타령이 싫으면 먼저 창렬한 과자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해외 직구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 영어와 늘어지는 배송, 관세 계산의 압박으로 소비자 물가를 비약적으로 낮출 길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바, 진실로 국내외 유통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메뉴의 한글화와 배송 기간의 안정을 간청하면, 알리바바나 아마존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되지도 않는 단통법은 집어치우고 통신사가 폰팔이 짓을 못하게 하고, 고관대작들이 모범을 보여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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