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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 1800 시대

종합주가지수가 1800을 훌쩍 뛰어넘고, 주식 시가총액은 1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6일에도 상승 곡선을 그려 1861.01을 기록한 주가지수가 올해 안에 2000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치솟는 증시는 그만큼 길고 어두운 그늘도 만들어낸다. 주가가 껑충껑충 뛰자 빚을 내 신용거래로 주식을 샀다가 ‘깡통 계좌’를 차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지난 5일 아침 7시50분께 서울 을지로 에스케이텔레콤(SKT) 본사 1층 현관에서 백아무개(42)씨가 시너를 몸에 뿌린 채 최고책임자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 소방관, 회사 경비원 등 40여명이 그를 둘러싸고 대치하다, 경찰관이 손에 든 라이터를 빼앗으면서 20여분 만에 사태는 끝났다.

백씨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반도체 회사인 에이디칩스를 인수한다고 공시한 지난달 말 신용대출까지 받아 에이디칩스 주식을 사들였다. 상한가 행진에도 매입을 계속했고, 투자금은 모두 8억여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달 초 공시가 번복되면서 백씨의 주식가치는 2억원 미만으로 줄었다. 백씨는 “남편도 모르게 투자한 돈인데 이를 어쩌냐”며 “한바탕 소동으로 억울한 마음은 조금 풀렸지만,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신용 팔아 투자했다 빚더미 않은 개미들 하소연 늘어
주식팔아 내집마련 했더니 ’집값 떨어지고 주가 오르고’

증권전문 사이트 팍스넷에는 신용거래로 투자했다 빚더미에 앉았다는 호소 글이 심심치 않게 오르고 있다. 13일 동안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한때 2만6천원대의 주식이 지난 6일 2200원으로 고꾸라진 유시(UC)아이콜스의 투자자 토론실은 ‘개미’들의 하소연으로 가득하다. 토론실에는 “신용 쓰신 분들 엄청 당했네요. 원금에 증권사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부도 맞은 기업 매수한 것보다 더 타격이 크리라 봅니다”(피터린치777), “정말 어처구니없게 깡통차게 생겼네. 힘들겠지만 몸까지 망가지면 안돼요”(주식똘이) 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 밖에 아트라스비엑스(BX), 프와이디 등 최근 급락한 주식과 관련한 일반 투자자들의 탄식도 주식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어김없이 묻어나오고 있다.

특히 백씨처럼 여유자금이 아닌 ‘외상’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이용자에게 빌려준 돈은 올해 초 5천억원대였으나 지난달 25일 7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급증했다. 한 투자전문회사의 조아무개(35) 대표는 “신용거래로 주식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볼 경우 치명적”이라며 “이런 투자자들이 종종 증권사 객장이나 해당 기업에 찾아와 항의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우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활황을 타고 개인들이 검증도 되지 않은 종목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리하게 신용거래를 하다보면 합리적 판단을 더 못하게 되고,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치여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던 서민들의 상실감도 주가지수와 더불어 커가고 있다. 정보통신회사에 다니는 조아무개(32)씨는 지난해 3월 700여만원어치의 주식을 샀다가 지난 2월 모두 팔았다. 다섯 달만 더 보유했더라면 갑절이 넘는 목돈이 될 수 있었지만, 조씨는 2005년 계약한 아파트 중도금을 은행빚으로 메우다 못해 결국 주식을 매입한 값에 팔아야 했다. 조씨는 “집값 쫓다가 잡지도 못하고 주식 쫓다가 계획적인 투자도 못하는 것이 현재 서민들의 투자양식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