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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황태규 기자] 지난해 한국앤컴퍼니(000240)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형제의 난'이 차남인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과 효성(004800)그룹 등 우호 지분이 조현범 회장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 그룹의 지주사다. 한국타이어 그룹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뉘어 있으며 사업회사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이하 한국타이어)다.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의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임에도 자체적으로 축전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를 연결 대상 종속회사로 삼지 않아서 재무제표 상 외형은 작아보이지만, 한국앤컴퍼니를 지배하면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전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기에 실질적 가치는 명목상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왼쪽)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가운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한상연 기자] npinfo22@newspim.com |
◇ 분쟁의 시작, 차남 조현범에게 모든 지분 넘긴 조양래 회장
조양래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체를 차남 조현범에게 넘겼다. 18.92%였던 차남의 지분은 42.03%로 증가하고,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갖게됐다. 이전까지 조양래 회장의 자녀 중 장녀 조희경은 약 0.8%, 차녀 조희원은 약 10%, 장남 조현식은 약 19%, 막내 조현범도 약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양래 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부를 비밀리에 막내 조현범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 딜)로 넘기자, 장남 조현식과 장녀 조희경이 반발했다.
2020년 7월 장녀 조희경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신청을 했다. 성년후견제도는 노령·장애·질병 등 요인으로 인해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로, 당시 83세였던 조양래 회장이 지분을 넘겨준 것이 자발적 의사인지 확인하려던 것이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기각했고, 장남 조현식은 한국앤컴퍼니 고문으로 임명되며 경영 일선에서 밀려났다.
◇ 조현범 회장 사법 리스크에 3년 만에 불붙은 '2차 형제의 난'
그렇게 꺼진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2023년 다시 살아났다. 2023년 3월 조현범 회장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집 수리와 외제차 구입에 사용했다는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추산한 횡령과 배임액은 2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고, 같은 해 7월엔 우암건설에 '끼워넣기' 식으로 공사를 발주하고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남인 조 고문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획득을 위한 지주사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명분으로는 역시 사법리스크 해소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걸었다.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발행주식총수의 최소 약 20.35%에서 최대 약 27.32%,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으로 책정했다.
장녀 조희경과 차녀 조희원 모두 조 고문의 편에 서면서 공개매수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났다.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조 고문은 최소 49.89%에서 최대 56.86%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조현범 회장의 지분 42.03%를 넘어서는 수치다. 다만 공개매수를 시작할 당시 이미 42%의 지분을 확보한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2023년 12월 5일 시작된 조 고문의 공개매수는 시작일부터 순탄치 못했다. 2021년부터 한국앤컴퍼니 주식의 1%를 보유하고 있던 HY 측에서 한국앤텀퍼니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 HY 측은 조현범 회장의 편이 아니라고 입장을 내놨지만, 조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시장에서는 조 회장이 우호 지분을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했다.
그럼에도 조현범 회장의 승리를 확정지은 것은 이번에도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었다. 12월 14일에는 조양래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취득 공시가 올라왔고, 그가 공개매수 3일 차인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총 2.7%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 경영권 지켜낸 조현범 회장, 사법 리스크는 진행중
이후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는 공세를 취했으나,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까지 참여해 장내 매수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승부는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 수성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종료 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2일에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 미달했다"며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조 고문 측과 손을 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것을 의외로 평가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실패할 경우 한 주도 사지 않는 조건부 매수였기에 금전적 손해는 없었지만, 42% 지분의 대주주를 상대로 벌인 무리한 분쟁이란 지적과 함께 공개매수 실패시 주가 변동성 확대에 대한 비난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에 걸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조현범 회장과 조양래 명예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야했지만, 그 결과 지배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현범 회장과 그의 우호 지분이 이번 분쟁 이후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조현범 회장에 관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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