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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도 안 된다"는 비아냥을 증명이라도 하듯
2024/03/28 06:25 뉴스핌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농협금융은 제갈량을 데려와도 안 될 겁니다."

2013년 신동규 당시 농협금융 회장이 1년 만에 자진 사퇴하며 한 말이다.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심해지자, 신 회장은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면서 "중앙회 아래 금융지주가 놓여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농협금융 지배구조의 난맥상을 비판하며 떠난 신동규 회장 [사진=농협금융 10년 기념 홍보 영상 캡처] npinfo22@newspim.com

농협의 신경 분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2년째지만, 아직도 당시 신 회장의 말에 공감하는 금융인이 많다. 신 회장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중앙회와 금융지주의 관계 선진(136490)화라는 측면에선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어 보인다.

신 회장이 중도하차하고 임종룡 회장(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잠시 바뀌었다. 지금도 농협금융이 제일 잘한 성과라면 대형 증권사를 산 것이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여 NH투자증권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농협은 한국의 크레디아그리콜(CA:Crdit Agricole Group)을 꿈꿨다.

CA는 1894년 농민은행으로 출발해 정부 소유의 공공법인으로 있다가 주식회사로 민영화(1988년)했다. 이후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을 상장(2001년)하고, 은행과 증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전 세계 협동조합 은행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농협금융은 이때부터 금융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단숨에 자산 순위 빅4로 치고 올라왔다. 예전부터 그 가능성과 저력을 의심치 않은 농협금융이 임종룡 회장을 만나, 대형 증권사인 우투증권 인수 경쟁에서 이긴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드디어 '알을 깬 것이냐'는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농협금융이 한국의 크레디아그리콜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임종룡 회장 [사진=농협금융 10년 기념 홍보 영상 캡처] npinfo22@newspim.com

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관계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변화와 혁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농협금융은 표면적으로는 주인이 없는 회사지만, 실질적으론 농협중앙회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을 100% 가진 최대 주주인 데다, 모회사로서 지배구조 정점에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 지배에 있어 지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인사권도 중앙회가 쥐고 있다. 지난 7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을 만나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H투자증권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려면 '농협 맨'인 유 전 부회장이 적합하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강 회장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사장 후보 선정은 NH투자증권 임원 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회장이 증권업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열음이 커지자, 금감원은 득달같이 칼을 뺐다. 지난 7일 금감원은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와 중앙회가 금융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빼가는 관행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아이뉴스24가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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