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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빠진" 수제맥주"…"1호 상장사"마저 경영권 매각
2024/03/22 05:00 뉴스핌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수제맥주 1호 상장사 '제주맥주(276730)'가 결국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잇따른 실적 하락으로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수제맥주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했던 수제맥주는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주류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제주맥주가 광장시장에 열었떤 '제주위트 시장-바' 현장 사진. [사진=제주맥주] npinfo22@newspim.com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최대 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보유 중인 주식 864만3480주를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주당 매각가는 1175원, 총 매각 대금은 101억5609만원이다. 더블에이치엠은 지난 2021년 6월 설립한 회사로,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상징적인 회사다. 코로나19 시기 '수제맥주 붐'의 대표 격인 업체로,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시장을 중심으로 떠올랐다. 적자 기업이었지만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아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후 수제맥주 시장이 침체하면서 부침을 겪다가 결국 경영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창사 이래 9년 동안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제주맥주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9억원으로 2년 연속 1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건을 두고 수제맥주 시장의 위기가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제주맥주만이 아닌 탓이다. 제주맥주의 경쟁사이자 올해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 코넥스에 상장한 세븐브로이맥주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19억원, 2022년 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약 24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서울=뉴스핌] 아이뉴스24 = 맥주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npinfo22@newspim.com

수제맥주 하락세의 원인으로는 달라진 음주 트렌드가 꼽힌다. 코로나19 시기 집합 금지로 인한 '홈술' 문화에 기반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엔데믹 전환 후 과거의 음주 문화가 부활하기 시작하며 수제맥주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파이를 나눠 먹는 경쟁자들도 늘었다. '노 재팬' 이후 추락했던 일본 맥주 수요가 다시 증가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와인과 위스키 등 대체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4캔 만원',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편의점 채널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특유의 정체성을 잃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본래 수제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크래프트 비어'를 그대로 번역한 용어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공장형 상업맥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맛과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다. 수제맥주라는 단어의 어감으로 인해 중소 양조장을 떠올리기 쉽지만, 본고장 미국에선 생산 규모와 상관 없이 맥주를 만드는 철학과 마케팅 방법 등으로 상업맥주와 구분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뚜렷한 기준 없이 주류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겨 대량 생산된 수제맥주가 업계를 대표하는 얼굴로 알려진 상태다. 지난 2020년 주세법 개정 후 세금 부담이 줄어 편의점 '4캔 만원 마케팅'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이 과정에서 다수 업체들이 눈에 띄는 양적 성장을 거뒀는데, 단가를 맞추기 위해 원재료를 빼고 인공 향신료 등을 첨가하며 제품 퀄리티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제맥주 이름만 붙었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과 차이점을 찾기 어려워진 셈이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질을 낮춘 수제맥주는 한번은 신기해서 사 마실지 몰라도 꾸준히 찾아 마실만큼 특별한 맛이 아니다"라며 "수제맥주라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이름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협업 브랜드와의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고유의 경쟁력이 없으니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이볼 등 대체재와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수제맥주의 본질에 집중할 때라고 지적한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확실히 위기다. 하지만 수제맥주 업계 전체가 '끝물'이란 평가엔 동의하긴 어렵다. '편의점 수제맥주'가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이럴 때일수록 왜 소비자들이 수제맥주에 열광했었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 본질은 맛이다. 포장 등 마케팅에만 치중한다면, 결국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의점이란 단맛에 취해 '거위의 배'를 일찍 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 생태계가 아직 미성숙한데, 너무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최대 시장인 미국을 보면 잘 나가는 기업들은 대체로 20년 이상 업력을 쌓은 전통있는 기업이다. 수제맥주의 본질에 집중해 이 파도를 넘어선 업체들은 향후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아이뉴스24가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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