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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는 재벌家"…동맹 키우는 금호석유·고려아연·OCI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2024/01/25 14:12 한국경제
이 기사는 01월 24일 17: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 고려아연 OCI 등 기업들이 '백기사(우호 주주) 모시기'에 나섰다. 보유한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상대방 자사주와 맞교환하는 형태로 경영 권을 강화하려는 행보다. 금융당국의 자사주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사주를 상호 맞교환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주 맞교환 규모와 시점, 내 용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두 회사는 오랜 기간 석유화학 제품 거래를 진행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금호석유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합성고무 등의 원재료를 사고파는 업무를 맡겼 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도 과거 포 스코인터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기도 했다.

금호석유의 자사주 교환 작업은 박 회장을 비롯해 대주주 지분이 16% 수준에 불 과한 데서 비롯했다. 박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은 바 있는 조카 박철완 전 금 호석유 상무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0.16%다. 안정적 경영권 기반을 닦기 위해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석유는 2021년에 자 사주 315억원어치(지분 0.6%)를 OCI홀딩스에 매각했고, 그만큼의 OCI홀딩스 자 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금호석유의 자사주는 18.6%(601만5067주)에 달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6767억 원에 이른다. 포스코인터의 자사주는 3.4%(576만9021주)로 2875억원에 이른다.

고려아연도 2022년부터 백기사 모집에 몰두했다. 이 회사 지배력을 둘러싸고 최 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보유 지분 15.4%)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32.1 %)의 지분 경쟁이 시작된 이후부터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를 처분하는 형태로 백기사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HMG글로벌(지분 5.0%)과 한화H2(5.0%), LG화 학(2.0%), 한화임팩트(1.9%), 트라피구라(1.6%), ㈜한화(1.2%), 한국타이어(0. 8%), 한국투자증권(0.8%), 조선내화(0.2%) 등 우호 주주 지분이 18.5%에 달했다 .

최 회장 측이 지분 모으기에 나서자 장형진 회장 측도 매입 전에 가세했다. 장 회장 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씨케이,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 등 을 활용해 지분을 사 모으고 있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 등이 맡고 있다. 영풍 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병희 창업주의 차남인 장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담당한다. 두 가문은 신사업과 유상증자를 놓고 갈등을 빚은 이후 지분 매입 경 쟁을 벌이고 있다.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도 자사주를 교환하면서 서로의 백기사 역할을 할 전 망이다. OCI홀딩스는 지분 27%를 7703억원을 들여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는 O CI홀딩스 지분 10.4%를 인수한다. 이 같은 자사주 교환으로 그룹 간 통합 작업 을 시도할 계획이다. 각 그룹 지배주주가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자사주를 맞교환해 상대방 백기사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자사주 교환·매각을 통한 백기사 확보전의 유인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 움직임 우려가 적잖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주가치 향상 을 위해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가치만큼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 자산 가치를 갉아 먹는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 리도 높다. 이에 따라 일찌감치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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