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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서 1000억 털어…영풍그룹 崔·張가문, 계열사 동원 논란
2024/03/12 09:52 한국경제
이 기사는 03월 11일 14: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가 고려아연 주식으로 150억원가량의 투자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도 68억원가량의 투 자손실을 기록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를 비롯해 두 가문이 고려아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리아써키트, 영풍정밀을 동원한 결과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써키트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40회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60만4210주(지분 0.5%)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주당 평균매 입가격은 60만2140원으로 630억원어치다. 지난 8일 이 회사의 종가는 45만7000 원이다. 코리아써키트의 투자평가손실은 151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리아써키트도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다.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평가손실이 평가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 본업과 동떨어진 회사에 적잖은 현금을 썼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적 잖다. 코리아써키트는 전자제품·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회사다. 여기에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로 28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장단기 현금성자산은 1628억원에 달했다. 현금성자산의 상 당액에 달하는 현금을 털어서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투자와 연구개발 (R&D) 등에 써야 할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2017년 부터 지난해까지 배당하지 않는 등 주주친화책에도 인색하다. 코리아써키트는 영풍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50.4%를 보유 중이다.

최윤범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정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19일에 고려아연 주식 6만2296주를 350억원에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주당 56만1158원, 매입규모는 350억원이다. 지난 12일 종가(45만1000원)를 적용하면 평가손실은 69억원에 이른다. 영풍정밀은 산업용펌프를 만드는 회사로 고려아 연 투자는 본업과 동떨어져 있다.

코리아써키트와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배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다. 장 고문 일가와 최윤범 회장 일가는 고려 아연 지배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 등이 소속된 영풍그룹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웠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회장 등이 맡고 있다. 영풍그룹과 코리아써키 트 등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담당한다. 두 가문은 신사업과 유상증자를 놓 고 갈등을 빚은 이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씨 일가가 코리아써키트를 비롯해 영풍정밀, 테라닉스, 씨케이, 에이치씨 등 계열사·개인회사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최씨 일가 도 영풍정밀의 현금을 쌈짓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 (IB) 업계 관계자는 "두 가문의 계열사 동원은 법률적으로 합법적 테두리 에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계열사 자금을 바탕으로 오너일가 우회 지 원에 나선다는 비판과 소액주주들의 원성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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